Century

Century_시멘트, LED 스트립 라이트, 가변크기, 2012 @올드폴리스 스테이션
올드폴리스 스테이션 입구의 머릿돌, 2012

이 작업은 현재까지 남아있는 다양한 도시의 잔해 중 하나인 옛 경찰서 건물에서 보여진다.  이 건물이 에드워드 시대에 지어진 건물로 영국의 문화유적 이등급으로 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서의 원래 기능에 대한 명백한 증거를 보여주는 것은 네 개의 개별 감방 뿐이다. 이 곳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감방을 발견하기란 어렵다. 대중의 인식 부족과 후미진 위치로 인해 더욱 접근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버려진 감방은 솔닛의 용어로는 무의식적인 도시의 폐허로 정의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는 감방의 무의식을 예술적감각으로 위치시키는 방법들을 모색한다.

이 프로젝트에서 정재연은 기념비적 공간으로서 감옥 공간 그 자체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감옥은 다양한 사회-문화적 사건을 겪어 온 동시에 기념비적 특성은 잊혀져왔다.  뮤질은 현저하게 눈에 띄지 않는 기념비의 모순적 특징을 지적하면서,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세워졌으나 사람들의 인식에서는 벗어난다. 정재연은 감옥의 역사적인 기념물을 망각의 바다에서 잠들어 있는 죽은 장소로 간주한다.

황정인(독립큐레이터)

7/24

7/24, 시멘트, 30x43cm, 2011 @플로렌스 트러스트
7/24, 시멘트, 30x43cm, 2011 @플로렌스 트러스트

이 작업은 작가가 2011년 레지던시에 입주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당시의 개인적 심리상태를 모티브로 삼은 작업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순응, 타협, 전복, 회피 등의 복합적인 심리적 변화를 겪는 것은 불가피했다. 과거 교회로 사용되었던 스튜디오에서 작가는 알 수 없는 심리적 중압감을 느끼며 그 감정을 떨치기 위해 시멘트 블록을 만들기 시작했다. 시멘트 블록이 쌓이면서 작업실의 지면이 점점 높아지고 책상을 이리저리 옮겨졌다. 작가에게 블록을 만드는 일은 어느 순간 매일 정해진 시간에 작업실에 와야 하는 상황으로 역전되었다. 시멘트가 몰드에 달라붙어 망쳐버리기 전에, 한 개라도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제 시간을 지켜야 했다. 작업은 더 이상 제작보다는 실패하지 않기 위해, 매일 규칙적인 시간에 작업실에 출퇴근을 반복하는 어떠한 행위를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와 같았다.

Nec Plus Ultra

샌드블라스팅, 펜스, 글로스 페인트, 그릿, 기둥에 글자 음각 후 금박, 2011 @KASRT
샌드블라스팅, 펜스, 글로스 페인트, 그릿, 기둥에 글자 음각 후 금박, 2011 @KASRT

영국 남쪽에 위치한 항구 도시인 플리머스에서는 2011년 당시 대대적인 재개발을 위한 철거가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철거될 운명에 놓인 건물의 수많은 기둥 중 하나를 기념비로, 건물의 내부를 무덤으로 치환했다. 기둥의 페인트를 제거하고 그 위에 라틴어인‘Nec Plus Ultra’(더 이상 나아 갈 수 없다)를 새긴 후 철제울타리를 둘렀다. 이 문구는 헤라클라스의 기둥에 나오는 텍스트로, 과거 신대륙으로 건너가기 위해 중요한 요충지 역할을 하던 플리머스의 찬란한 과거에 비해 너무나 폐허가 되버린 도시의 분위기와 현재의 상황을 은유적으로 나타냈다. 기둥은 철제울타리와 금박 텍스트로 장식적 효과를 더하며 곧 무너질 건물의 무용함를 역설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Exchange Rate

Exchange Rate, 도자, 프레임, 58.2x34cm, 2009 @주영한국문화원 전시장 입구
도자, 프레임, 58.2x34cm, 2009

이 작업은 16세기 프랑스의 달력에서 차용했다. 이 달력은 그 기능보다는 경제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일상적 오브제로 사용되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나는 달력을 오늘날의 환율시세표에 대응시켜 전시장의 입구에 설치하였다. 도자로 만들어져 일일이 숫자를 바꾸어야 하는 환율표는 전시장 입구에 설치해 미술품의 가치를 화폐단위, 즉 숫자로 그 가치를 매겨지며, 그 가치 또한 쉽게 무너지는 자본주의의 단면을 드러내고자 했다.

The day before yesterday seems more acceptable than today

싱글채널비디오 9’50”, 2014 @아워 몬스터
싱글채널비디오 9’50”, 펜스, 2014 @아워 몬스터
싱글채널비디오 9’50”, 펜스, 2014 @아워 몬스터

이 작업(엊그제가 오늘보다 더 실감난다) 은 “만리장성 축조에 관한 보고서”전시를 위해 제작한 것이다. 전시는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 <만리장성 축조에 관한 보고서>를 읽고 해석한 7명의 작가들의 작업들로 구성된다. 나는 전시장 공간의 기둥의 표면을 사포로 문질러 기둥의 원래 상태를 드러낸 후 기둥 주변을 펜스로 둘렀다. 비디오는 기둥 표면을 사포질하는 행위가 보여지고 실제 시간보다 느리게 재생된다. 작가의 이러한 반복적인 행위는 끊임없이 덧씌여지고 지워지는 현재와 과거의 관계를 탐구한다.

Howick place

런던 교통표지판, 2010년 8월5일 오후1시-9시 퍼포먼스 @호윅 플레이스, 런던


호윅 플레이스는 런던의 웨스트민스터 자치구의 한 골목을 지칭한다.
이 골목은 시간에 따라 분위기가 다르다. 골목의 낮풍경은 주변 관공서와 사무실에서 쏟아지는 직장인들이 점심시간에 휴식을 취하는 공간이자 빅토리아역에서 중심부로 향하는 지름길이다.반면 저녁이 되면 노숙자들이 모인다. 매일 8시부터 9시까지 무상으로 제공되는 급식을 받기 위해 이들은 줄을 서기 시작한다. 주민들이 이 시간대에 이 골목을 노골적으로 돌아가거나 지나가기를 망설이는 모습을 발견했다. 나는 점심시간부터 저녁까지 런던 교통표지판 중 ‘우회’라고 표기된 간판을 들고 서 있었다. 여기서 ‘우회’의 대상은 시간에 따라 심리적으로 사회적으로 달라진다.

Way in/out

Way in & out, backlit print on light box, 84×118.8cm, 2009

이 작업은 런던의 지하철 노선인 중앙선 Central Line을 나타내는 도로 표지판을 그대로 만든 후,  영국 왕립미술아카데미의 입구에서 표지판을 들고 있는 행위를 촬영한 사진 작업이다. 두 개의 사진 중 하나는 영국에서 가장 오래된 미술기관인 왕립미술아카데미의 입구에서 작가는  ‘출구 Way out’ 표지판을 들고 서 있으며, 다른 사진에는 ‘입구Way in’ 표지판을 들고 서 있는 왕립미술원의 전시기획자를 대비시켜 보여준다. 이 작업은 내가 유학을 결심하게 된 계기를 작업으로 풀어보고자 한 의도로, 당시 작가가 되기 위해서 (암묵적으로) 요구되는 능력; 세계시민의 태도를 갖추고, 자연스러운 영어를 구사하며, 적절한 수사를 사용하며 작업을 설명할 수 있는 능력 등을 충족하기 위해 요구되는 다양한 기술을 습득하기 위한 결정이었음을 선언한다.

Flags

동(남)아시아 국기, 계양대, 필라델피아 아트호텔 설치, 2010

미국 동부 필라델피아에 한 달간 체류하면서 진행한 작업이다.
기념일에 상관없이 성조기가 집집마다 걸려있는 것을 흔하게 볼 수 있다. 이와 대조적으로 미국에서 사용하는 일상용품들의 대부분은 동남아시아, 동아시아의 나라들에서 만들어졌다. 수입에 의존하는 미국과 언급한 아시아 나라들의 관계는 무역 적자의 증가로 인해 지속 불가능해보였다. 미국에서 성조기를 기념일에 상관없이 집집마다 흔하게 볼 수 있는 것처럼, 나는 나의 스튜디오 창문 밖으로 동(남)아시아 국기들을 이틀 간격으로 바꾸어 달았다.

what happens here_1

ETC 4컬러 조명, 디머, 2010 @아뜰리에 론도

이 작업은 공동 공간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 작업이다.
오스트리아 그라츠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할 당시, 같은 빌딩에 사기업 소유의 공동 휴게실이 있었다. 마치 쇼윈도를 연상시키는 이 휴게실은 안이 훤히 들여다보였고 그 안에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탁구대가 있었다. 나는 이 탁구대를 내 스튜디오로 옮기기로 했다. 원래 탁구대가 있던 자리는 탁구대 크기에 맞춰 붉은 색 조명으로 비추었다.

[전시 오프닝의 상황]
레지던시 건물은 그라츠 기차역과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했으며 그라츠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가가 친환경 방식으로 지었다는 주상복합건물이다. 이 현대식 건물에서 보안카드 없이는 엘리베이터 조차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오프닝 당일에는 초대장을 지참한 관람객에 한해서만 건물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나는 이러한 상황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건물 1층의 탁구대를 내 스튜디오로 옮겨 초대장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이용하도록 허용했다.

What happens here_2

1층 휴게실에서 옮긴 탁구대, 고보빔, 2010 @아뜰리에 론도

이 작업은 공동 공간에 대한 질문에서 시작한 작업이다.
오스트리아 그라츠의 레지던시 프로그램에 참여할 당시, 같은 빌딩에 사기업 소유의 공동 휴게실이 있었다. 마치 쇼윈도를 연상시키는 이 휴게실은 안이 훤히 들여다보였고 그 안에 아무도 사용하지 않는 탁구대가 있었다. 나는 이 탁구대를 내 스튜디오로 옮기기로 했다. 원래 탁구대가 있던 자리는 탁구대 크기에 맞춰 붉은 색 조명으로 비추었다.

[전시 오프닝의 상황]
레지던시 건물은 그라츠 기차역과 매우 가까운 곳에 위치했으며 그라츠 지역에서 가장 유명한 건축가가 친환경 방식으로 지었다는 주상복합건물이다. 이 현대식 건물에서 보안카드 없이는 엘리베이터 조차 이용할 수 없기 때문에 오프닝 당일에는 초대장을 지참한 관람객에 한해서만 건물 안으로 들어올 수 있었다. 나는 이러한 상황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로, 건물 1층의 탁구대를 내 스튜디오로 옮겨 초대장을 가진 사람들에게만 이용하도록 허용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