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ost Corner _etchings

Lost Corner_일층 전시전경, 2018 @Art Space Grove
Lost Corner_west, north, east_에칭, 17x27cm, 15x16cm, 17x27cm, 2018 @Art Space Grove
Lost Corner_Floor_에칭, 15x27cm, 2018
Lost Corner_North, South_에칭, 45x60cm, 2018

개인전 제목인 <로스트 코너>는 판화와 영상, 설치 작업으로 구성되었다. 화려한 양식의 오래된 건축 도면을 연상시키는 판화, 커튼의 주름을 타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조명으로 투사된 스테인드 글라스, 돌을 옮기는 행위를 반복하는 작가를 보여주는 영상, 각각의 이미지들은 전시장 구조를 따라 배치되어 상호보완적으로 작동하면서 영상에 이르러 전시를 완성한다. 영상의 배경음은 헤드폰을 통해서만 들을 수 있는데, 판화 속 건물이자 지금은 철거된, 옛 중앙청에서 벌어진 사건들을 앵커의 목소리로 전달한다. 앵커가 들려주는 ‘공식적 기록의 과거’와 작가의 행위는 서로 어긋나고 전혀 무관하게 보인다. 작가는 과거와 아무 상관없다는 듯 살아가는 자신의 모습(영상)을 식민지 건축에 대한 피상적 노스탤지어를 보여주는 판화 및 설치 작업과 파편적으로 병치시킴으로써 개인의 기억이 정치적 이념이나 집단적 이익에 의해 합의된 공적 기억과 상관없이 끊임없이 발생하는 불일치를 드러내고자 했다.

Retrace

Retrace_공간 설치, 동판화 27점, 동판, 판유리, 시트지 커팅(작가의 대학시절 도서대여 목록), 2016 @한국예술종합학교 신축갤러리
Retrace_공간 설치, 동판화 27점, 동판, 판유리, 시트지 커팅(작가의 대학시절 도서대여 목록), 2016 @한국예술종합학교 신축갤러리
Retrace_공간 설치, 동판화 27점, 동판, 판유리, 시트지 커팅(작가의 대학시절 도서대여 목록), 2016 @한국예술종합학교 신축갤러리
Retrace_동판화 27점, 각 60x80cm, 2016

이 작업은 내가 유년시절 방문했던 옛 국립중앙박물관(구 조선총독부)에 대한 기억에서 출발한다.
매끈한 바닥과 장식, 한마디로 건물의 화려한 내부에 매료되었던 경험은 내 몸 어딘가에 각인된 신체적, 미적 체험이었다. 나는 이 기억의 건물을 판화로 복원해내고, 중앙홀을 축소한 공간을 만들어 그 안에 판화 연작을 배치했다. 판화 연작은 기억의 장소와 그 건물의 모델이 되었던  유럽의 건축물로 이어지며 시각적 동일성을 반복적으로 드러낸다. 한편 공간의 유리창 표면에는 내가 대학 시절 빌려보았던 도서 목록이 판화와 중첩되어 보인다. 과거 일본이 열심히 모방한 서유럽의 식민주의 건축양식과 대학이라는 미술제도 안에서의 내 기록을 겹쳐 보이도록 했다. 궁극적으로 이 작업은 개인적인 기억의 장소를 시작으로 미감의 원형을 추적하는 과정이자, 원근법적 시선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자기인식의 과정이다.

 

entitled

공간 설치, 철제봉, 로프, 공, 연필, 2014 @서울대미술관
공간 설치, 철제봉, 로프, 공, 연필, 2014 @서울대미술관
공간 설치, 철제봉, 로프, 공, 연필, 2014 @서울대미술관

이 작품은 관객에게 자신이 원하는 작품의 제목을 적을 수 있도록 고안한 설치 작업이다. 나는 화이트큐브와 유사한 공간을 만들고 그 안에 철제봉과 로프에 공을 매달아 긴장감있게 배치했다. 관객은 공간 안을 둘어본 후 외벽에 달린 연필로 직접 자신이 원하는 작품의 제목을 적을 수 있다. 따라서 이 작품에는 정해진 제목이 없으며 관객 스스로 자신만의 의미를 담을 수 있도록 가능성을 열어 둔다. 보통 작가의 의도나 작품을 이해하는 단서가 되는 제목을 관객에게 열어둠으로써, 각기 다른 인식의 주체들이 ‘같은 방식’으로 보는 것에 강요받지 않기를 기대한다. 나아가 관객들이 적은 제목은 현대미술에 대한 대중의 인식과 민낯을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Dialogue

책상, 조명 2개, 디머 스위치, 100x160x90cm, 2014 @테미예술창작센터 학습관
책상, 조명 2개, 디머 스위치, 100x160x90cm, 2014 @테미예술창작센터 학습관

이 작업에서 빛의 밝기는 의견을 조율하기 위해 사용하는 말이나 언어 대신 ‘협상의 도구’로 등장한다.
테미예술창작센터 학습관* 책상에는 두 개의 스탠드와 양쪽의 밝기를 동시에 조절하는 스위치가 있다. 따라서 스위치를 먼저 작
동하는 사람이 상대편 스탠드의 밝기에 영향을 미치게 된다.  이 책상에 앉은 두 사람은 서로에게 적절한 빛의 밝기를 맞추기 위해 대화를 시도할 것 같다가도 머뭇거리거나, 상대방의 동의를 구하더라도 완전한 합의를 이룰 수 없는 그 미묘한 순간을 마주한다.

*1961년부터 대전의 최초시립도서관으로 출발했던 테미도서관은 2014년 테미예술창작센터로 변경되었다.  시민들의 반발을 의식해 창작센터의 일부를 공공도서관(학습관)으로 남겨두었다. 그러나 공간의 용도가 변경된 사실을 모르고 찾은 시민들의 민원이 적지 않았고 이러한 상황이 작업의 계기가 되었다.

St.Saviour’s Emergency Private Shelter

세인트 세이비어스 이머전시 프라이빗 쉘터
싱글채널비디오 3’10”, 펜스, 시멘트블럭, 2012

이 작업은 런던 북동쪽에 이슬링턴 자치구에 위치한 세인트 세이비어스 건물의 과거와 현재의 장소적 맥락을 재구성한 작업이다. 건물은 원래 성공회 교회의 용도로 지어졌지만, 현재 플로렌스 트러스트가 운영하는 레지던시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다.

작업은 장소 특정적 설치와 영상으로 구성된다.
건물에 들어서자마자 대피소의 출구로 보이는 설치작업이 자연스레 놓여있고, 전시장 입구로 들어서면 내부 중앙에 입구로 보이는 설치작업이 있다. 그 옆에는 짧은 동영상이 상영된다. 영상은 건물 지하에 초호화 개인전용 긴급대피소가 들어설 것이라는 가상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광고 형식을 차용하는데, 전시 기간에 맞추어 소수의 회원을 모집한다는 내용이다. 건물이 과거에 누군가에게 은신처, 피난처의 역할을 제공하던 공공적 역할에서 다양한 이유로 현재는 소수의 작가들과 특정 집단을 매개해 주는 제도적 공간으로 사용되고 있는 상황을 작업으로 풀어내었다. 말하면 과거의 공적 역할을 담당하던 장소가 특권적 장소로 변하고 있는 현실을 풍자적으로 나타낸다.

싱글채널비디오 3’10”, 펜스, 시멘트블록, 2012 @플로렌스 트러스트

Century

Century_시멘트, LED 스트립 라이트, 가변크기, 2012 @올드폴리스 스테이션
올드폴리스 스테이션 입구의 머릿돌, 2012

이 작업은 현재까지 남아있는 다양한 도시의 잔해 중 하나인 옛 경찰서 건물에서 보여진다.  이 건물이 에드워드 시대에 지어진 건물로 영국의 문화유적 이등급으로 지정되었음에도 불구하고, 경찰서의 원래 기능에 대한 명백한 증거를 보여주는 것은 네 개의 개별 감방 뿐이다. 이 곳에 대한 정보가 없으면 감방을 발견하기란 어렵다. 대중의 인식 부족과 후미진 위치로 인해 더욱 접근하기 어렵다. 이러한 점에서 버려진 감방은 솔닛의 용어로는 무의식적인 도시의 폐허로 정의될 수도 있다. 따라서 이 프로젝트는 감방의 무의식을 예술적감각으로 위치시키는 방법들을 모색한다.

이 프로젝트에서 정재연은 기념비적 공간으로서 감옥 공간 그 자체에 대한 질문을 제기한다. 감옥은 다양한 사회-문화적 사건을 겪어 온 동시에 기념비적 특성은 잊혀져왔다.  뮤질은 현저하게 눈에 띄지 않는 기념비의 모순적 특징을 지적하면서, 사람들의 주의를 끌기 위해 세워졌으나 사람들의 인식에서는 벗어난다. 정재연은 감옥의 역사적인 기념물을 망각의 바다에서 잠들어 있는 죽은 장소로 간주한다.

황정인(독립큐레이터)

7/24

7/24, 시멘트, 30x43cm, 2011 @플로렌스 트러스트
7/24, 시멘트, 30x43cm, 2011 @플로렌스 트러스트

이 작업은 작가가 2011년 레지던시에 입주하면서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려는 당시의 개인적 심리상태를 모티브로 삼은 작업이다. 새로운 환경에 적응하는 과정에서 일종의 순응, 타협, 전복, 회피 등의 복합적인 심리적 변화를 겪는 것은 불가피했다. 과거 교회로 사용되었던 스튜디오에서 작가는 알 수 없는 심리적 중압감을 느끼며 그 감정을 떨치기 위해 시멘트 블록을 만들기 시작했다. 시멘트 블록이 쌓이면서 작업실의 지면이 점점 높아지고 책상을 이리저리 옮겨졌다. 작가에게 블록을 만드는 일은 어느 순간 매일 정해진 시간에 작업실에 와야 하는 상황으로 역전되었다. 시멘트가 몰드에 달라붙어 망쳐버리기 전에, 한 개라도 실패하지 않기 위해서 제 시간을 지켜야 했다. 작업은 더 이상 제작보다는 실패하지 않기 위해, 매일 규칙적인 시간에 작업실에 출퇴근을 반복하는 어떠한 행위를 유지하기 위한 일종의 퍼포먼스와 같았다.

Nec Plus Ultra

샌드블라스팅, 펜스, 글로스 페인트, 그릿, 기둥에 글자 음각 후 금박, 2011 @KASRT
샌드블라스팅, 펜스, 글로스 페인트, 그릿, 기둥에 글자 음각 후 금박, 2011 @KASRT

영국 남쪽에 위치한 항구 도시인 플리머스에서는 2011년 당시 대대적인 재개발을 위한 철거가 진행되고 있었다. 나는 철거될 운명에 놓인 건물의 수많은 기둥 중 하나를 기념비로, 건물의 내부를 무덤으로 치환했다. 기둥의 페인트를 제거하고 그 위에 라틴어인‘Nec Plus Ultra’(더 이상 나아 갈 수 없다)를 새긴 후 철제울타리를 둘렀다. 이 문구는 헤라클라스의 기둥에 나오는 텍스트로, 과거 신대륙으로 건너가기 위해 중요한 요충지 역할을 하던 플리머스의 찬란한 과거에 비해 너무나 폐허가 되버린 도시의 분위기와 현재의 상황을 은유적으로 나타냈다. 기둥은 철제울타리와 금박 텍스트로 장식적 효과를 더하며 곧 무너질 건물의 무용함를 역설적으로 표현하고자 했다.

Exchange Rate

Exchange Rate, 도자, 프레임, 58.2x34cm, 2009 @주영한국문화원 전시장 입구
도자, 프레임, 58.2x34cm, 2009

이 작업은 16세기 프랑스의 달력에서 차용했다. 이 달력은 그 기능보다는 경제적 지위를 과시하기 위한 일상적 오브제로 사용되었다는 점이 흥미로웠다. 나는 달력을 오늘날의 환율시세표에 대응시켜 전시장의 입구에 설치하였다. 도자로 만들어져 일일이 숫자를 바꾸어야 하는 환율표는 전시장 입구에 설치해 미술품의 가치를 화폐단위, 즉 숫자로 그 가치를 매겨지며, 그 가치 또한 쉽게 무너지는 자본주의의 단면을 드러내고자 했다.

The day before yesterday seems more acceptable than today

싱글채널비디오 9’50”, 2014 @아워 몬스터
싱글채널비디오 9’50”, 펜스, 2014 @아워 몬스터
싱글채널비디오 9’50”, 펜스, 2014 @아워 몬스터

이 작업(엊그제가 오늘보다 더 실감난다) 은 “만리장성 축조에 관한 보고서”전시를 위해 제작한 것이다. 전시는 프란츠 카프카의 단편 <만리장성 축조에 관한 보고서>를 읽고 해석한 7명의 작가들의 작업들로 구성된다. 나는 전시장 공간의 기둥의 표면을 사포로 문질러 기둥의 원래 상태를 드러낸 후 기둥 주변을 펜스로 둘렀다. 비디오는 기둥 표면을 사포질하는 행위가 보여지고 실제 시간보다 느리게 재생된다. 작가의 이러한 반복적인 행위는 끊임없이 덧씌여지고 지워지는 현재와 과거의 관계를 탐구한다.